고급협동조합의 O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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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 본사의 '구글 스트리트뷰' 작업 현장을 조명한 기사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715306?sid=105

1억4000만화소로 찍는다, 랜선여행 가능케 한 구글스트리트뷰 작업 현장은

구글스트리트뷰 개러지 가보니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스트리트뷰 개러지(Garage·차고). 여러 개의 작업대 한쪽에 그동안 구글스트리트뷰를 찍어왔던 차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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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구글 스트리트뷰는 구글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래리 페이지가 2004년 떠올린 한 발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재밌게도 오픈스트리트맵 또한 2004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스트리트뷰가 정식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한 것은 3년 뒤인 2007년입니다. 이때 당시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라스베이거스, 마이애미, 덴버만을 지원했습니다.

※ 다음 로드뷰는 2009년 1월, 네이버 거리뷰는 2010년 9월에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구글은 스트리트뷰를 단순히 '풍경 보여주기' 역할에 한정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리트뷰에 찍힌 표지판, 신호등, 상호, 영업 시간 표지판과 같은 지리적 지물을 기계 학습으로 인식해 구글 지도에 반영한 것입니다.

구글스트리트뷰는 단순히 거리와 건물 내부 모습을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구글은 인공지능(AI)을 통해 거리를 촬영하며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변의 변화를 파악한다. 예컨대 새로 문을 연 가게나 업체를 파악해 구글맵에 추가하고, 식당의 문 앞에 붙여진 영업시간 변경 안내나 자동차 속도 제한 정보 등을 파악해 반영한다.

- 기사 내용 중

여기에 더해 횡단보도, 인도 정보까지 위성 사진과 스트리트 뷰에서 추출합니다. 역시 AI가 주력 서비스다 보니까 참 많은 것들을 자동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AI가 구글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픈스트리트맵 세계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일단 주류 의견은 "오픈스트리트맵은 자동화 지도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것 자체는 좋으나, 첫째로 기존에 사람이 그려 놓은 성과물을 그냥 없애 버리면 안된다. 둘째로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오픈스트리트맵에 올릴 때는 반드시 사람이 최종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물론 생태계가 넓은 만큼 "오픈스트리트맵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관련된 군사 기술에 기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도 있기는 합니다(해당 글이 소개된 주간OSM 463호).

그런데 왜 사람이 그린 지도를 함부로 지우는 것을 다들 금기시할까요? 물론 사람이 그린 것보다 인공지능으로 뽑아낸 결과물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2022년 현재 기술력으로는 서로 엇비슷함[각주:1]). 그렇다고 사람이 열심히 손으로 정성스럽게 그려 놓은 지도가 한순간에 없어져 버린다면 당사자는 기여할 맛이 안 나겠죠. 아무리 열심히 그려도 다음 날이면 모두 헛고생이 될 수 있는데. 오픈스트리트맵 기여를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자원봉사 체제로 굴러가는 오픈스트리트맵에는 큰 문제가 됩니다.

아무튼 현재 오픈스트리트맵에 인공지능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면서 그 성과를 오픈스트리트맵에 돌려주는 기업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 메타(前 페이스북), 텔레내브(Telenav)를 꼽을 수 있을 듯합니다. 앞의 두 기업은 매우 친숙하지만, 텔레나브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 듯한데요. 텔레나브가 어떤 일을 하는 기업인지 소개하기 전에, 일단 각 기업의 활동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스트리트맵에 친화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2010년 11월부터 자사의 빙 항공 사진을 오픈스트리트맵 기여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기까지 할 정도니까요. 오픈소스에 적대적이었던 빌 게이츠가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친오픈소스 정책을 펴기 시작한 시기와 얼추 맞아떨어지네요.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위성사진을 심층 학습(딥 러닝) 알고리즘에 넣어 건물의 바닥면(building footprint)을 추출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나온 건물 데이터는 오픈스트리트맵에 들여올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으로 건물 바닥면을 생성한 지역.

위 지도에 표시된 영역 말고도 미국, 호주, 캐나다,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도 건물 바닥면 데이터가 있습니다. 따라서

  • 뉴질랜드
  • 중국
  • 러시아 동부
  • 리비아
  • 일본
  • 대한민국
  • 북한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전 세계 대부분을 지원하네요.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심층 학습 알고리즘의 정확도가 너무 떨어지는 지역은 일부러 배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은 매우 폐쇄적이라 그럴 수 있다 치고요. 그러면 일본과 우리나라가 남는데, 일단 마이크로소프트 측에서도 지원 국가와 건물 개수를 계속해서 늘려 왔기 때문에 추후 한국도 지원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2. 메타

메타도 오픈스트리트맵에 친화적인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자사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지도로 오픈스트리트맵을 사용할 정도니까요.

※ 관련 글: 인스타그램 지도로 보는 오픈스트리트맵의 역할과 매핑의 필요성(2021. 08. 15.)

메타도, 위의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지만 아무리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지도를 밑바닥부터 구축하는 일은 큰 비용이 듭니다.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구글의 지도를 가져다 쓰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경쟁 관계가 아닌 오픈스트리트맵을 성장시키고, 그 산물을 갖다 쓰는 식으로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죠.

이뿐만 아니라 오픈스트리트맵의 지리공간 데이터베이스는 마음껏 뜯고, 변형하고, 원하는 스타일로 지도화할 수 있는 반면 구글 지도는 이러한 행위가 약관으로 막혀 있습니다. 구글은 (북미에 거주하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유용한 방식(도로 강조, 특정 배율까지는 건물을 잘 보여주지 않음 등)으로 지도를 렌더링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메타를 비롯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이 마음에 들 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을 텐데, 오픈스트리트맵을 도입하면 이렇게 구글에서 정해 주는 스타일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이 주체적으로 지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뿐만 아니라 구글도 오픈스트리트맵 데이터를 자유롭게 갖다 쓸 수 있는데, 과연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을까요?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폴란드 바르샤바 지역의 대중교통 노선을 구글 지도로 보면 오픈스트리트맵과 궤적이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오픈스트리트맵이 요구하는 저작자 표기도 제대로 되어 있습니다(해당 내용이 소개된 주간OSM 589호).

물론 구글은 자체 지도를 구축하는 팀이 있다 보니 오픈스트리트맵 데이터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갖다 쓰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오픈소스 생태계에서는 기업이 프로그램을 밑바닥부터 짜올리는 대신 오픈소스를 갖다 씀으로써 많은 금전적 이득을 보았다면 그 이득의 일부라도 다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돌려주든지, 아니면 프로젝트 개발에 기여할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와 같은 테크 대기업에서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맵박스나 ESRI와 같은 지도 관련 기업들이 오픈스트리트맵을 스폰하는 주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픈스트리트맵과 경쟁 관계인 구글은 굳이 오픈스트리트맵을 지원할 이유도 없고, 따라서 오픈스트리트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갖다 쓰기 꺼려하죠.

하지만 메타는 오픈스트리트맵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오픈스트리트맵 데이터를 (동남아시아 위주로) 편집하고 있으며, 자사의 인공지능을 이용해 오픈스트리트맵에 없는 도로를 식별해 손쉽게 추가할 수 있는 RapiD, MapWithAI(RapiD를 JOSM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플러그인)를 개발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3. 텔레내브(Telenav)

텔레내브는 내비게이션 제조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커넥티드 카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IT 기업입니다.

구글이 스트리트뷰에서 표지판을 식별해 지도에 추가하듯이, 텔레내브도 거리뷰 서비스 사이트인 KartaView[각주:2]에 업로드된 거리 사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결과물을 오픈스트리트맵에 자유롭게 갖다 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구글과는 달리 결과물을 바로 오픈스트리트맵에 올리지는 않는데요, 그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한 "오픈스트리트맵은 자동화 지도가 아니다"라는 여론 때문입니다.

마치며

오픈스트리트맵은 누구나 날것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각종 기술(경로 탐색 알고리즘, 이미지 인식, 시각화 등)의 적용 대상, 실험실이 되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 중 이미지 인식에 초점을 맞춰 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나머지 주제도 다뤄 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https://yna.co.kr/view/AKR20100709190300017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1009080007
https://www.ghacks.net/2021/02/01/google-is-adding-details-such-as-crosswalks-to-google-maps/
https://osm.gryph.de/2019/06/better-bombing-with-machine-learning/
https://weeklyosm.eu/ko/archives/12163
https://weeklyosm.eu/ko/archives/date/2018/11/page/2
https://github.com/microsoft/GlobalMLBuildingFootprints
https://blog.openstreetmap.org/2010/11/30/microsoft-imagery-details/
https://weeklyosm.eu/ko/archives/14956
https://lists.openstreetmap.org/pipermail/talk/2021-October/087049.html
https://wiki.osmfoundation.org/wiki/Corporate_Members
https://wiki.openstreetmap.org/wiki/RapiD

  1. Q. How good is the data? A. Our metrics show that in the vast majority of cases the quality is at least as good as hand digitized buildings in OpenStreetMap. (https://github.com/microsoft/GlobalMLBuildingFootprints#how-good-is-the-data) [본문으로]
  2. 前 OpenStreetCam. 2019년 12월에 동남아시아 최대의 차량 공유 업체인 그랩(Grab)에서 인수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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